Emergency Medicine feelingof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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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료 지도의사협의회 라는 곳이 있다.
여기는 말 그대로 119가 현장에 나가서 환자를 처치할 때 자문을 구하면 의료지도를 해주는 의사들의 모임이다. 전공과의 특성 상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도의사협의회 구성원 중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차츰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전부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의사가 되면 소방서와 계약해서 담당 소방서의 구급대원이 문의전화를 하고 그에 따른 의료지도를 하고 보수를 받는 시스템이다. 나는 최근 이 지도의사가 되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있다.

오늘은 그 교육과정 중 실제 구급대원과 같이 현장에 처치를 하러 가는 구급차 동승 실습을 하였다. 총 32시간의 실습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 중 12시간을 소방서에서 보냈다.

오전 9시에 사전에 실습을 신청한 연고지 근처의 XX소방서에 도착하였다. 담당자분들과 인사를 하고 구급대원 근무복으로 갈아입었다. ㅎㅎ

119 구급대에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구급대 두명이 출동을 한다. 대개 한 명은 운전 겸 보조 처치와 들것 운반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주처치자 역할을 한다.

오늘은 12시간 실습 중 6건의 신고가 있었는데 나 말고도 구조학과 학생도 실습을 나와서 번갈아가면서 출동에 탑승하였다. 그래서 총 3번 현장에 출동하였다.

. 92세 여성

첫번째 신고는 오전 10시반 경 요양원에서 신고가 있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할머니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우측 고관절이 아프다는 것이다. 신고만 받아도 견적이 그려진다. 아마 새벽에 할머니가 움직이다가 넘어지면서 고관절 골절이 생겼을 것이다. 요양원은 보통 보호자들이 밤새 상주하지는 않으니 관리도 소홀했을 것이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요양원에 출동했는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올 때마다 닭장 같은 방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들 콧줄, 소변줄 끼고 노환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며 기저귀 차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새로운 고려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할머니를 구급차에 싣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였다. 마침 그 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수련을 함께 한 동기가 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마침 오늘 근무 중이라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동기도 같은 소방서에서 지도의사 실습 중이라 구급대원들과도 아는 사이였다 ㅎㅎ)

92세의 와상으로 지내는 할머니의 고관절 골절이라……더구나 할머니는 치매도 있으시다.
수술을 할 지 여부는 가족의 몫이다.

. 56세 남성

두번째 신고는 오후 1시경 들어왔다. 인근 사거리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교통사고란다. 사고 규모나 중증도를 알 수 없어서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다수의 구급대원이 필요할 수 있어서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함께 출동한다. 이 때 소방차가 출동하는 이유는 순순히 인력 운반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소방차가 아니라 앰뷸런스로 구급대원이 더 출동하면 될 듯 한데 앰뷸런스로 나가기에는 앰뷸런스 수가 부족하단다.)

현장에 나가보니 오토바이의 잔해가 길거리에 나뒹굴고 부상자는 옆에 인도에 피를 흘리며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부딪힌 자동차의 차주로 보이는 남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자동차가 불법 유턴을 하면서 오토바이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면서 오토바이가 좌측으로 넘어진 듯 하다. 환자는 왼쪽 광대뼈가 부어 있고 코피가 나며 좌측 안면부, 좌측 어깨 통증, 좌측 팔에 찰과상이 보였다. (나는 참관의 역할인지라 딱히 의사결정에 나서지는 않고 구급대원들의 보조만 하였다.)

환자를 피를 현장에서 닦에 들것에 태운 후 역시 아까 갔던 가까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이송 중 환자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환자는 "XX의집" 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나중에 구급대원님께 물어보니 인근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거주시설인데 노숙자나 연고지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시설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환자가 자꾸 지갑을 잃어버렸다면서 구급대원님께 하소연을 한다.

구급대원님은 환자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건내주면서 직접 찾아보시라고 하였고 환자는 계속 가방을 뒤져보지만 지갑이 없다고 한다. 나도 분명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차에 탑승할 때 현장을 둘러보았지만 지갑은 현장에도, 구급차 안에도 없었다. 이것또한 나중에 물어보니 노숙인이나 사회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119에 탈 때 지갑 잊어버렸다는 트집을 많이 잡는다고 한다.

이 환자도 동기에게 인계를 해주고 소방서로 귀소했는데 나중에 얘기들어보니 두개골 골절과 좌측 어깨 탈구가 있었다고 한다.

. 77세 남성

이 환자는 오후7시경 신고가 들어왔다. 개천가 변의 자전거도로에서 환자가 넘어져서 주변에 있던 행인들이 신고를 해주었다. 오늘은 마침 태풍의 영향이라 아침부터 전국에 폭우가 내릴거라고 했었고 저녁에 폭우가 내렸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 폭우 속에 자전거를 왜 탄 걸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빗길을 뚫고 우비를 입고 현장에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비를 맞아 쫄딱 젖어있고 우측 뒤통수에 혹이 나있다. 그리고 우측 팔꿈치에 찰과상이 있다. 걸어다니는 걸 보니 다른 곳은 괜찮아 보인다. 신고한 행인에 의하면 할아버지가 비오는 데 우산을 쓰고 자전거 운전을 하다가 우측으로 넘어졌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운전 상황인데 다칠 짓을 골라서 하셨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본인 집 주소와 자기가 왜 다쳤는지를 기억을 못 한다. 일단 뇌진탕 이 있다. 이런 경우 응급실로 와서 진료 본 경우를 숱하게 경험했다. 대개는 머리 CT 찍고 이상 없고 뇌진탕이니 경과보시라고 퇴원하지만 보호자가 심히 걱정을 하면 MRI 를 찍고 brain concussion 진단을 내리고 신경외과나 신경과 외래를 예약해주고 퇴원을 시킨다.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이다. ㅎㅎ

역시나 이 할아버지도 동기가 일하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데리고 가는 중 구급대원님이 보호자인 할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이 이러해서 그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있으니 그 병원으로 오라고 통화하였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시 또 반가운 동기 얼굴을 세번째 보고 환자를 내리고 귀소를 하려 하는데 응급실에 내원한 보호자 무리 (할머니, 딸, 아들) 들이 시끌시끌하게 응급실 문을 나오면 우리들 (구급대원)한테 할아버지가 원래 서울에 있는 XXXX병원에 다니고 있으니 거기서 진료보겠다며 거기로 데려가라고 말도 안 되는 X소리를 한다.

현재 이 구급차가 속해있는 소방서는 경기도 XX시 소속이고 보호자가 요청하는 병원은 서울시인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X소리인가. 보호자들은 119 구급차를 무슨 환자 옮기는 택시 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구급대원님들이 그렇게 해주는 것이었다 !!!!!!!

아오. 순간 내가 열불이 터졌다. 사실 이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부산을 가던 광주를 가던 내 개인적인 피해는 없다. 그렇지만 119 시스템을 그냥 환자 옮기는 택시 정도로 보는 인식은 참을 수 없었다.

나야 어차피 실습생 신분인지라 그냥 이송 과정에 함께 참여했는데 이동 중 구급대원님께 물어보았다.

나 : 이거는 아무리 봐도 이송거절의 사유에 해당하는데 이송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대원 : 제 생각에도 이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원칙 상으로는 119 이송은 해당 관할지역에서만 하는 것이기에 이송을 안 해도 법적인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나중에 보호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저희 구급대원으로서는 무척 귀찮아 집니다. 그래서 민원을 먹을 바에는 그냥 하자는대로 해주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송거부하고 민원 먹으면 소방청에서 구급대원 개인을 보호해 주는 것은 하나도 없고 문제 생기면 개인이 다 처리해야 하는데 그거 처리하는 게 그냥 귀찮은 거 무릅쓰고 도 단위 넘어가면서 이송해주는 것보다 딱 "100배" 더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냥 보호자들이 해주자는 대로 해줍니다.

나 :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무슨 119가 콜택시도 아니구요.

대원 : 저 아는 대원은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갔다온 적 있습니다.

나 : what the Pusan………

결국 환자는 서울의 원래 다닌다던 XXXX병원에 내려주고 다시 귀소를 하였다. 돌아오는 내내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제천에서 화재가 나서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화재 진압도 그렇고 119 구급대도 그렇고 이러한 조직들의 사회적 기능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안전망이다. 그렇기에 이런 조직의 기능은 낭비되어서는 안 되고 항상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시적소에 제공되어야만 한다.

금번 필리핀에 학회를 다녀오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병원 전 단계 처치라 불리는 Emergency Medical Service 는 그 나라의 국력 (=사회적 재원) 에 비례한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경제적 선진국은 그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는 합리적이다. 반면 한국보다 경제지표들이 아래에 있는 국가들은 사회 안전망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전무한 경우가 많다.

구급대원님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결국 119를 택시처럼 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119 사용 시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렀다. 현장에 있는 많은 응급실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여기에 동의한다. 술 먹고 다쳤다고 119를 부르고, 애기가 열 난다고 119 부르고, 커터칼에 손가락 베였다고 119 부르고, 운동하다가 발목 접질렸다고 119 부르는 이 사태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119의 본래 존재 목적은 급히 처치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병원에 신속히 이송하기 위함이지 병원까지 공짜로 태워주는 택시가 아니다.

현장의 모두가 해답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행정기관의 높으신 분들과 국회의원들이 일을 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은 그런 법안을 발의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동의해주는 시민들의 의식이 함께 해주어야만 한다.

아니. 지금까지 119 공짜로 잘 탔는데 이제 119타려면 돈 내라고 ?? 그 법안 발의한 놈 누구야 ?? 다음 선거 때 안 뽑아.

안타깝지만 눈에 보이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 결과 제천화재사고를 비롯한 수많은 인명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ps. 구급대원님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전날 출동한 사건을 들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엄마가 주차를 하다가 전진을 해야 하는데 잘못하여 후진을 해버려서 차에서 내린 10살짜리 애 (본인 자식) 를 들이받아 아이가 뒷차와 끼이면서 머리가 깨지고 뇌가 탈출해서 바닥에 흩어지는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말로만 들어도 아비규환이었을 현장이 상상이 된다. 최초 신고자가 운전자였던 어머니였다는데 첫 말이 "살려주세요" 였단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이다. 엄마에게도, 자녀에게도, 현장을 보고 외상 후 충격을 받은 구급대원에게도. 우리나라 119 구급대원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스팀잇에 계시는 많은 분들은 이미 어느 정도 배운 분들이고 신문물에 관심이 많은 만큼 합리적 사고를 하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 입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구급대원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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