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Medicine feelingofwine

와인의기분.png

안녕하세요. 스팀잇의 응급의학과 의사 @feelingofwine 입니다. 그 동안 바쁜 일들에 치여 살아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환자들을 진료했고 쓰고 싶은 글들이 밀려있네요 ㅎㅎ

오늘은 그러던 중 흔하게 보지 않는 환자를 접하게 되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ㅠㅠ

인체의 신비 (안 좋은 쪽으로…… ㅠㅠ) 에 해당하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ㅠㅠ

. 44세 남성

신환이 접수되었다. 아직 간호기록이 작성되지 않았지만 환자 이력을 조회해보니 우리병원의 신환이다. 다른 환자를 보던 중 간호기록이 작성되어 클릭해봤더니 간호기록이 가관이다……

"3일 전부터 왼쪽 귀가 아프면서 발열 있어서 응급실 내원. 귀 안에 구더기가 7~8마리 관찰됨"

커헉…….구더기라니…….

환자가 침대가 배정되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의 방에 들어갔다. 보통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구더기는 생길 수 없다.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하고 염증이나 고름이 생기면 적절하게 항생제 등의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인체에 구더기가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전쟁같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노숙인에게 그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도 과거 근무하던 공공 병원에서 다리의 궤양에 구더기가 있는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마주한 환자의 첫 느낌은 역시 노숙인이었다. 양발에는 까만 때가 잔뜩 끼어 있었으며 얼굴과 머리카락 또한 안 씻은 지 시간이 꽤 된 듯한 몰골이었다.

환자는 왼쪽 귀를 움켜잡으며 귀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를 하였다. 이에 호기심 반, 우려 반으로 왼쪽 귀를 조심스럽게 들여다 봤는데 귀 안에서 구더기로 추정되는 흰색 물체들이 집단으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dd.jpg

성인의 귀 구멍 직경이 대략 1cm 가 안 되는데 그 안을 모조리 구더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안타깝게 사진으로는 그 생동감 있는 구더기들의 움직임이 전달이 안 되는데 바닷속의 해파리처럼 구더기들이 넘실넘실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두 가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첫째는 의학적인 고민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적인 고민이다.

의학적인 고민은 신체검진 및 체온을 포함한 환자의 생체 징후로 보았을 때 왼쪽 귀의 위생관리 실패로 외이도에 염증이 생겼고 거기에 파리가 알을 까서 구더기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피검사와 안면부 CT 를 시행하여 귀 안쪽이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외이도의 구더기를 제거해야 하며 외이도의 소독 및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의학적인 고민 다음으로 행정적인 고민이 동반된다. 의학적 판단과 치료는 어렵지는 않은데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고생 좀 하시겠지만 ㅠㅠ) 이 환자의 진짜 문제는 행정적 치료이다. 보통 노숙인은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으며 심지어는 병원 내원 조차도 꺼려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당연한 부분일 수 있다. 병원 운영은 엄연히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영역으로 인도주의적 자원 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노숙인들이나 행려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주로 치료받게 된다. 서울 시내에 행려환자들을 진료보는 몇몇 병원들이 있는데 필자도 그 중 한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에 이 환자는 공공 병원으로 전원을 가서 이비인후과로 입원하여 항생제 및 염증 관리를 받는 것이 행정적으로도 제일 좋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 이제 이차적인 고민이 또 생긴다. 환자는 전원을 가야 하는데 그 병원에서 입원을 받을 지, 그리고 전원을 구급차로 가야하는데 그 비용은 또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일단 전원을 보내려는 병원의 응급실로 전화를 하였다. 전원 문의를 받은 상대 의료진이 의국 후배였다. ㅎㅎㅎ 상대 의료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 쪽 병원에 입원이 가능한 병동의 빈 병상이 있는 지 확인을 요청했다. 다행히 입원 병실이 있다고 한다. 이제 다시 본원의 이비인후과 당직의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런이런 환자가 있어 전원을 진행하려 하는데 그러려면 이비인후과의 입원 컨펌이 필요하니 상대 병원의 이비인후과에 문의를 요청해 달라고 연락하였다. 이비인후과 당직 전공의 선생님도 난감한 목소리로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잠시 후 다행히도 이비인후과끼리 연락이 되어 전원을 보내는 것이 맞겠으니 전원을 진행해 달라고 하였다. 환자는 본원 응급실의 접수는 접수취소로 진행하여 비용을 안 받는 것으로 하였다. (응급의료 대불제도 라고 나중에 국가에 신청하여 받을 수도 있으나 그냥 접수 취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속시원하다……이 놈의 행정절차란……ㅠㅠ)

이제 마지막 남은 문제는 전원을 갈 때 사용할 구급차의 조달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과거의 근무 경험도 있고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도 약간의 공공 의료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응급실 담당 교수님과 상의하였고 본원 응급실과 전속 계약한 사설 구급차 업체에서 향후 병원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해서 이송을 진행해 주기로 하였다.

원래는 이 모든 과정을 알아보고 어레인지하는데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지만 오늘 필자가 시행했던 모든 노력에는 비용이 청구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생각보다 좋은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 ㅎㅎㅎ)

이렇게 한 시간 가량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 물어보고 전화를 여러군데 돌린 끝에 환자는 무사히 전원을 가게 되었다.

근본적으로는 노숙인이 되지 않도록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겠으나 이미 노숙인이 되어버려 삶을 일정 부분 포기한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몹시 쉽지 않다. 과거에도 많은 노숙인, 행려환자들을 진료했었지만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한 사람들은 많이 보지는 못했다. 사실 추적관찰할 수 없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고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사람들만 응급실에 오는 것도 일조했을 것이다.

이 환자도 전원 간 병원에서 귀 잘 치료받고 일상으로 잘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527759372074.png

의사들이 직접 쓰는 최초의 STEEM 의학 매거진

医者が直接書く最初のSTEEM医学雑誌

The First STEEM Medical Magazine written by Doctor

https://mediteam.us-바로보기

  • Tag
  • 0
  • 0
  • View@Mediteam.us 91
Prev Article : 응급실 에세이 16. 영겁의 시간 (후기)
Comments :: Steem 에서 댓글 달기
Prev Article : 응급실 에세이 16. 영겁의 시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