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Medicine feelingof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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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feelingofwine 입니다. ^^ 그 동안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스팀잇에 자주 못 들어오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ㅠㅠ 앞으로 본업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충실해야만 해서 스팀잇에 자주 들어오기 어렵지만 마음만은 항상 스팀잇에 있네요 ㅎㅎㅎ

@cancerdoctor 님께서 캘리그래피를 보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5월1일부로 서울에 있는 3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간만에 돌아온 대학병원 응급실은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시간 만큼 세월은 흘러 예전과는 약간 시스템이 바뀌어 있어서 적응 중에 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학을 떠나 인문학, 철학, 경제학에 잠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스팀잇에 계신 많은 훌륭한 분들처럼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고 그냥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맛만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역시나 생사를 자주 접하다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책에 많은 관심이 갔었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저
"바람이 숨결 될 때" - 폴 칼라니티 저

최근에 읽었던 두 책입니다. 모두 의사들이 경험한 타인, 지인, 가족, 본인의 죽음에 대한 책들인데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무엇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면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3차 대학병원에서 다시 근무를 하니 그 동안 잊고 있던 죽음이 다시 피부로 느껴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현재 저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19를 타고 오는 환자들만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되었으니 119를 타고 오는 중환을 보라고 하시네요^^)

1. 60세 남자

밤 9시에 60세 남자가 응급실로 내원했다. 간호기록을 보니 1주일 전부터 전신에 기운이 없다고 해서 응급실에 119를 타고 내원하였다. 첫눈에 본 환자는 매우 수척해 보였다.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cachexic 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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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hexic 을 나타내주는 모습입니다 ㅠㅠ)

그는 3년 전 담도암이 생겨서 항암치료를 수차례 시행했으나 결국 폐로 전이되어 3월부터는 항암치료도 중단하고 병원 외래도 오지 않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환자에게 필요한 피검사, 가슴 X-ray, 수액 등을 처방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2시간 정도 후 피검사에서는 3월에 시행한 검사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숨이 찼기에 가슴 CT를 찍었다.

가슴 CT 에서는 그를 숨차게 하는 원흉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송이처럼 가슴 안에 전이성 암들이 퍼져 있었다. 나는 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퍼져 있는 상태를 보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마 2~3개월이 환자에게 남겨진 이 세상의 시간일 것이다. 조용히 부인을 불러서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드렸다. 아내분은 설명을 다 들으시고는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전이가 되었다고 3월에 들었을 때부터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알게되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부인분께 앞으로의 치료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평소 환자와 가족들의 가치관의 결정이므로 원하시는대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다. 잠시 후 환자와 부인은 퇴원해서 집에서 쉬겠다고 하였다. 환자도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나니 기운이 좀 난다고 하였다.

내 시야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부부를 바라보면서 저 부부에게 올 가을의 낙엽을 볼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여자 72세

역시나 암환자이다.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특성 상 전국에서 암환자들이 모여오신다. KTX 와 SRT 의 발전으로 지방에서도 오기 편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감기환자보다 암환자를 보는 게 더 쉬운 웃픈 상황이 발생한다.

이 환자분은 골육종이 우측 대퇴부에 발생하여 수술로도 제거해보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도 시행했으나 역시나 자라나는 암 덩어리를 막지 못하고 폐로 전이되었다. 이 환자분도 밤 11시에 숨이 차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앞선 환자처럼 피검사, 수액, 엑스레이를 시행 후 가슴 CT 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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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영상을 보면 가슴이 턱턱 막힌다. 정상 폐조직이 검은색 조직들인데 회색으로 보이는 전이성 암 덩어리들이 폐를 온통 침범하였다.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폐는 평소의 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이다. 환자가 숨이 차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환자에게는 산소를 처방하고 역시나 조용히 남편을 불렀다.

앞선 환자와 동일한 설명을 드린 후 이 부부도 일단 귀가를 한 이후에 향후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밤에 응급실에 온 환자와 보호자들은 무척이나 고단하다. 응급실의 불은 계속 켜져 있고 주변에 다른 환자의 알람소리는 계속 울리고 직원들은 바삐 돌아다녀서 응급실에서는 수면을 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 있는 것보다는 나라도 집에서 쉬고 싶을 것이다.

이 환자는 앞선 환자분보다 남은 시간이 조금 더 없어보인다. 삶의 마무리를 원하는 모습으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3. 20세 여성

건강 앞에 나이란 무의미하다. 오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청춘을 한창 꽃피워야할 20대 여성이 내원했다. 진단명은 CRPS. 의료진이라면 역시나 가슴이 막히는 진단명이다. 가끔 의학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 진단명인데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이라고 원인 모르게 발생하는 만성적인 신경병성 통증 질환이다. 발병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역시 치료법도 명확하게 없다.

이 환자는 10일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넘어지면서 왼쪽 팔꿈치와 옆구리를 부딪혔으며 4일전부터 우측 무릎이 붓고 1일전부터 열이 나고 전신이 춥고 떨려서 내원했다. 음…… 의사로서 무척 어려운 환자다. 일단 가진 질병이 어려운데 지금 신체의 이상을 나타내는 원인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이러면 다양한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ㅠㅠ

일단 신체검진에서 우측 무릎이 붓고 아파하고 열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옳거니. 여기에는 관절 안에 물이 차 있겠구나. 기본적인 피검사와 수액, 발열의 원인이 될 만한 신체부위의 X-ray 를 시행하고 우측 무릎 관절에서 관절액을 뽑았다. 매우 탁한 오렌지쥬스 같은 물이 나왔다. 이건 검사를 하지 않아도 감이 온다. 우측 무릎에 세균성 감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발열은 설명이 되어도 좌측 등 통증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에 복부 CT 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복부 CT 에서는 쌩뚱맞게 오른쪽 콩팥과 우측 폐 아래쪽에 septic emboli (한 곳에서 발생한 염증이 혈류를 타고 신체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것) 로 의심되는 병변들이 보였다. 인체의 생리상 감염 병소가 전신적으로 가려면 원인은 심장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이런…… 심장 초음파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단 여기까지 상황이 정리되는데 걸린 시간만 8시간이다. 피검사 결과 2시간, 관절 천자 결과 나오는데 2시간, CT 결과 나오는데 2시간, 다른 환자 진료보다가 delay 된 시간 2시간 등.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관절염은 정형외과에서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데 심장과 감염의 문제는 감염내과이다. 이렇게 응급실에서 2개 이상의 진료과가 얽히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주치료과를 정하고 입원을 해야 하는데 각 과 모두 자기들 과의 문제는 있지만 자기들 전공이 아닌 다른 과의 문제는 자기들이 책임지고 진료하기 어려우니 타과로 입원하고 자기들에게 컨설트를 써서 진료보라고 하게 된다. 다년간의 응급실 경험 상 이건 세분화된 현대의학이 안고 있는 딜레마이다.

여기서 누구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동안 CRPS 로 통증에 고통받아 온 환자가 신체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병원의 행정 시스템과 현대 의학이라고 불리면서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지식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다른 환자들은 계속 내 이름으로 주치의 등록이 되어 같이 진료하던 사이 어느 새 날이 밝고 퇴근시간이 되어 환자를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한 이후 나는 퇴근하게 되었다. 퇴근 후 밀린 행정일과 논문 작업을 하고 당직실에서 한숨 자고 난 이후 오후에 잠깐 열어본 환자 기록에서 그녀는 정형외과로 입원 예정이었다.

예전에 근무할 때는 이런 환자들은 입원 잘 안 되어서 전원갔던 경험이 떠오르는데 환자에게는 내 예상보다 입원 빨리되어 참 다행인 것 같다. 앞으로 입원 후 경식도초음파 및 많은 혈액검사로 인한 주사찔림 등의 통증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입원 문턱이 히말라야 산맥처럼 높은 병원에서 무사히 입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축하의 팡파레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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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 뿐인 이 삶에서 무엇을 우선시 하며 살아가는가.

사회적 명성?? 물질적 부 ?? 사랑 ?? 우정 ?? 후대에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 ??

개인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 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라는 것은 이 땅에서 나의 삶의 흔적을 마무리할 시간을 갖지 못할 정도로 예상치 못하게 내 삶이 끝나는 것 만큼은 피했으면 좋겠다.

ps1. 몇 년의 공백기 후에 다시 시작한 근무지만 이전의 나와 비교해보면 나름 내면이 성숙해 진 것을 느낀다. 이전에는 밀려오는 환자들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아직은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환자들에게 측은함을 가지고 진료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부디 이 마음가짐이 변하기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제발 사람을 사람답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ps2. 바쁜 업무로 인해 댓글을 못 읽고 답변을 못 달 수도 있습니다. ㅠㅠ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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