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Medicine feelingofwine

. 62세 여성

사실 이 환자는 약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이 날 따라서 환자가 저녁 9시부터 몰려들어서 새벽 1시까지 환자를 밀린 진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환자는 새벽 1시에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들어온 후 내 담당으로 분류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환자는 처음부터 중환으로 분류되는 게 맞았으나 응급실의 복잡한 사정 상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나라고 환자를 보기 싫어서 늦게 보는 게 아니다. 앞에 온 환자들부터 순서대로 보다보니 환자 진료가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물리적으로 의사가 시간 당 진료할 수 있는 환자수는 정해져 있는데 그 숫자 이상으로 환자가 오게되면 아무리 응급실이라 해도 진료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사견을 약간 덧붙이자면 이런 시스템은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 단언컨데 안전한 의료 시스템은 아니다.

인턴 선생님이 먼저 초진을 보긴 했지만 아직 오더는 넣지 못했다. 갓 의사가 된 인턴 선생님의 기록만 보고 환자 처치를 지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인턴 선생님 기록을 보니 이 환자는 1주일 가량 전부터 배가 아프고 숨이 차서 내원 당일 인근 병원 응급실 (나름 지역에서 이름 있는 2차병원) 에 가서 피검사도 하고 CT 도 찍었더니 담관암 말기가 진단되어서 보호자가 원하여 본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사실 흔하게 있는 경우이다. 지역의 다른 병원에서 암 같은 진단명을 환자나 보호자가 들으면 누구라도 큰 대학병원에 오고 싶어질 것이다. 내가 환자 보호자여도 그런 마음이 들 것이기에 그런 보호자를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문제는 그런 환자와 보호자가 전국에서 모두 모이기에 물리적으로 병실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일단 이 환자에게 필요한 피검사를 지시하고 이전 병원에서 찍은 CT 를 다시 리뷰했다.

음 ???? 복부 CT 는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으나 흉부 CT 에서 의사를 긴장시킬 만한 소견이 발견됐다. 그것은 폐동맥혈전증 이었다.

응급실 근무 중 의사를 긴장시키는 (=환자가 갑자기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폐동맥 혈전증이다. 초기에 의심해서 질병을 잡아내지 못하면 환자가 귀가했다가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후 급하게 다시 환자가 타병원에서 가지고 온 전원소견서를 읽어보니 그 병원에서 이미 CT 로 폐동맥 혈전증이 진단되어 필요한 치료 (=enoxaparin) 를 받고 본원에 전원 문의를 한 후 본원에서 전원받겠다고 하여 전원된 것이다. 음……. 뭐야. 근데 왜 난 이 환자가 전원 온다는 얘기를 못 들었지 -_-;;;;;;;;;; (전원 문의는 교수님이 받고 진료는 다른 전임의가 한다.)

다시 천천히 환자 CT 를 리뷰해보는데 이거 예감이 좋지 않다.

일단 환자 좌측 폐에 물이 차 있다. 엄밀히 말하면 흉수천자를 해서 검사를 내야 하겠으나 저것은 이미 검사를 하지 않아도 악성 종양에 의해 발생한 흉수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담관과 간에 보이는 종양들이다.

이미 담관암이 간에 전이된 것이 보인다. 그리고 화살표 친 곳에 보이는 것은 복수이다.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폐동맥 혈전증이다.

보통 종양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혈관에 피떡 (혈전)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암 환자들은 혈전증 (피떡이 혈관 안에 생겨서 혈관을 막는 질환) 의 고위험군이다.

이 환자는 담관암의 간 전이, 그로 이한 흉수 및 복수, 그리고 폐혈전증을 모두 함께 세트로 가지신 환자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첫 진단이라는 것이다. 암 환자가 항암치료 및 장기간의 병원 생활에 적응해 가다가 합병증으로 혈전증 같은 것을 가지면 환자나 보호자도 원래 암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이 환자는 그냥 배가 아프고 숨이 차서 병원에 갔더니 갑자기 진단명이 담관암의 간 전이와 이로 인한 폐동맥 혈전증, 앞으로 기대 여명이 몇 개월 없으시군요 하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것이다.

폐동맥 혈전증의 영상을 보고나서 환자의 생체징후 차트를 열어보니 산소마스크 15L 에 지금 산소포화도가 90%이다. 아뿔싸…… 이것은 곧 기관 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가야 한다는 중대한 신호다. 환자들이 밀려오니 이런 중환자를 무려 1시간이나 진료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사태의 위중함을 파악하고 레벨 1 (응급실에 중환자가 발생했다고 응급실 모든 근무자에게 알리는 것) 을 activation 시켰다. 환자는 다행히 1시간을 잘 버텨주었고 이후에 중환자 담당팀이 소생실로 소집되었고 나는 환자를 소생팀에 환자를 인계 후 환자는 응급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나는 소생팀에 환자를 맡긴 이후 다시 또 내원하는 119 환자들을 진료하며 밤을 넘기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환자를 진료한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하고 있다. 당시에는 환자 진료가 많아 글을 쓰지 못했고 이후에는 퇴근 후 다른 업무를 하다가 글을 쓰지 못했다. 환자 진료 당시 만일 나의 가족이 병원에 방문했는데 갑자기 암 말기에 얼마 못 살것이라고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고민하다가 스티미언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에 케이스를 선정했었다.

그리고나서 2일 후 환자의 의무기록을 다시 확인해보니 중환자실에서 2일간 입원치료 했으나 폐동맥 혈전증이 악화되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사망하셨다. 이 글을 작성하기 딱 12시간 전이다.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환자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갑자기 암 말기라 하고 2일 후에 가족이 돌아가신 것이다. 내 가족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나는 납득할 수 있었을까.

응급실은 사람의 생명이 살고 죽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현장이다. 누구나 첫 호흡이 있으면 마지막 호흡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첫 호흡은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고 마지막 호흡은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의사에게는 흔하게 경험하는 그저 한 환자의 죽음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육신의 가슴 찢어지는 이별일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 아픈 것은 환자가 본인의 삶을 마무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고 전하고 싶은 말도 있었을 텐데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삶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안타깝다.

항상 그렇지만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평안이 함께 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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