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Medicine feelingofwine

응급실에 오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이다. 아퍼서 오는 사람과 다쳐서 오는 사람.

아퍼서 오는 사람은 흔히 내과적 질환 (신체 내부의 문제) 으로 인해 오는 것이고 다쳐서 오는 것은 인체 외부의 외력에 의해 인체가 손상되어 오는 것이다. 외상은 추가로 경증 외상 및 중증 외상으로 나눌 수 있다. 경증 외상은 말 그대로 생명에 크게 위해가 되지 않는 외상이지만 중증 외상은 그 자체로 인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외상을 말한다. 간단하게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을 생각하면 된다.

구글에서 "통계청, 사망원인" 으로 검색하면 통계청에서 발간하는 연간 사망원인별 분석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놀라운 자료를 찾을 수 있다.

10~30세까지 중 흔히 젊은 세대라 불리는 나이대에서 가장 많은 사망의 원인은 자살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운수사고이다. 즉 교통사고라는 말이다. 40대 이상부터는 암이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라는 것에는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지만 젊은 연령대에서의 가장 흔한 원인이 자살과 교통사고라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이 질환들은 시스템의 투자로 인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응급실의 자살에 대한 문제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루도록 하겠다.ㅠㅠ)

질환이나 연령에 차별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10~30대의 젊은 연령은 사회적으로도 몹시 중요한 연령대이다. 한창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경제활동을 할 나이이기도 하고 이 시기의 건강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노동력의 측면에서 무척 중요한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떤 우선순위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한 지 이전 포스팅 에서 얘기했었다면 나는 단언코 이 연령대에 사회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이 건강을 유지하여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해야 세금도 거둘 수 있고 파생적으로 노년층에도 복지가 제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마도 이국종 교수님도 중증 외상체계에 그렇게 열심을 다하고 계실 것이다. 실제로 중증 외상으로 목숨을 잃는 많은 환자들은 화이트 칼라보다는 블루 칼라의 젊은 연령대가 많다.

필자가 현재 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분야도 응급실의 외상 파트라 외상에 관심이 있어서 오늘은 외상 환자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경한 환자와 중한 환자 한 케이스 씩. (실제 진료한 케이스는 아니다.)

. 33세 여성 (약혐 내용 포함)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의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보기 어려운 장면이 있어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그래도 보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넘어가기를 권한다.

이 환자는 카페에서 일하던 중 테이블을 닦고 손을 털다가 세워져 있던 포크가 손에 찍히면서 피부를 뚫어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포크의 끝은 사진처럼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그냥 잡아 뽑다가는 피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어서 그냥 뽑아서는 안 된다. 비슷한 예로 강태공들이 낚시 바늘이 손가락에 걸려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런 경우는 끝 부분을 뻰찌 같은 걸로 잘라서 날카롭지 않게 만든 후 자르던지 피부를 절개해서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한 후 이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 환자는 뻰찌로 자르기에는 포크가 너무 작아서 자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인대, 힘줄, 혈관 등이 다치지 않아서 피부만 약간 추가적으로 절개 후 포크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의업에 종사하여 이런 경우 (영화 쏘우에 나오는 그런 장면들…… ㅠㅠ) 를 많이 봐서 익숙해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고역이었던 것은 믹서기에 손이 갈려서 믹서기 통째 들고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였다. ㅠㅠㅠㅠ

. 58세 남성

이 환자는 중증 외상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환자가 낮에까지 배우자와 같이 일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했으나 단독주택 집 2층에서 일하던 중 쿵 소리가 나서 배우자가 나가보니 1층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119 신고하여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응급실 내원 시 시행한 신체검진 상에서는 양쪽 동공에 불빛 반사가 없었고 의식 평가에 사용하는 Glasgow Coma Scale 이 E1V2M4 (=혼수상태)였다.

일단 환자의 수상 기전 상 머리를 다쳤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추락하면서 복부 장기에 손상을 입어 출혈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환자의 의식이 떨어지는 것은 뇌출혈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과다출혈이 있을 경우에도 뇌에 가는 피가 부족하여 의식이 저하될 수 있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되면 이전 포스팅 에서도 언급했지만 기도를 유지해야 해서 인공 삽관을 해야한다. 환자는 인공삽관 후 바로 CT 를 통해 전신을 평가하였다.

일단 머리 CT 첫 컷부터 느낌이 좋지 않다. 빨간색 화살표는 두개골 밖으로 피가 차 있는 것이 확인된다. 멍들어서 혹이 난 것이다. 파란색 화살표는 더 좋지 않다. 두개골 내에 출혈을 의심하는 소견이 보인다.

화살표로 길이를 측정한 곳은 경막하 혈종 이다. 두개골이 흔들리면서 안의 혈관들이 찢어져서 뇌를 감싸고 있는 경막이라는 막 아래로 출혈이 생긴 것이다.

같은 위치를 뇌를 보는 해상도에서 뼈를 보는 해상도로 바꾼 것이다. 빨간색 화살표의 위치가 두개골 골절이 있는 부분이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뇌 안에 공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기뇌증, pneumocephalus 라고 부른다. 대개 두개골이 골절되면서 뇌 안에 있어서는 안 되는 외부의 공기가 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다른 원인으로 뇌수술을 한 직후의 CT 에서는 자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기뇌증이 병적인 것인지 정상적인 것인지는 임상의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 환자의 경우는 당연히 병적인 것이다.

다른 컷에서도 두개골 골절이 명확하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면 좌우대칭이어야하는 뇌가 좌측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는 환자의 우측 뇌에 피가 차면서 뇌를 왼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의식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시행한 전신 CT 에서 환자는 파란색 화살표로 보이는 경추 6,7번에 골절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 화살표는 기관삽관된 모습이다. 다행히 복부 장기에 출혈은 없었지만 흉추 8,9번에도 골절이 동반되어 있었다.

2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경추 6,7번, 흉추 8,9번만 골절이 생긴 것은 무척 행운인 일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다른 의미에서 운이 제일 안 좋게도 뇌출혈이 심각해서 응급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신경외과에서는 응급수술을 위해 수술장 어레인지 등을 준비하던 중 환자의 예후에 대해 상의한 결과 배우자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직접 진료하지 않아 보호자가 수술을 원하지 않은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으나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낮을 것임은 영상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는 수술을 하더라고 의식이 회복되지 못하고 흔히 얘기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에 계속 있거나 혹은 회복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고 여생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예후에 대해 보호자가 들은 후 수술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여기서 수술을 거부한 보호자들을 윤리적으로 탓 할 수도 없는 게 환자가 중환자실에 장기 체류하게 되면 의료비가 많이 드는데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은 현대 의학의 진수이기 때문에 일반 병실보다 첨단 장비와 의료 인력을 많이 써서 당연하게도 비용이 훨씬 비싸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가족이 경제적으로 파탄이 날 수도 있다. 회복 가능성이 적은 환자를 위해 남아있는 가족이 기약없이 금전적으로 희생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윤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호자가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제3자는 아무런 조언을 해줄 수 없다. 다만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조용히 묵도할 뿐이다. 이후 환자는 연고지 근처의 병원으로 전원을 갔다. (=환자는 앞으로 의식을 회복할 일 없이 삶을 마무리할 것이다 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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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외상은 심근경색, 중풍, 대동맥 박리 같은 혈관 질환과 더불어 오늘 아침에 문 밖을 나가면서 인사하고 나간 가족이 저녁에는 주검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질환 중 하나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보면 중증 외상에 대해 체계가 확실히 잘 되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자원의 여유가 있어서 외상 체계에 투자도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 나라도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의료의 어느 곳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ps. 우리나라의 외상체계가 성숙해지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일단 음주운전부터 줄어들어야겠다. 음주운전 절대로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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