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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Independent

제가 최근에 연습하고 있는 피아노 곡은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Sonata for Piano No.21 "Waldstein" in C major, Op.53)입니다. 저로서는 베토벤에 크게 끌리지는 않았지만, 피아노 선생님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베토벤, 그것도 소나타를 쳐야 한다고 이 곡을 정하셨죠. "다른 것은 안되나요? 26번, <고별>은 어떤가요?" 라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 곡은 초기 소나타를 친 다음이면 고려해봄직 하나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대답 뿐.

저 못지 않은 고집을 가진 분이기에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치기로 결정하고, 곡 연습과 레슨을 하는데, 처음부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죠.

Source: IMSLP

얼핏봐서는 곡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죠. 하지만 이 첫 부분의 표현이 간단하면서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왼손과 오른손가락으로 치는 네개의 음이 동시에 소리가 나고 힘이 빠져야 함.
  2. 빠르게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타건 직후에 힘을 바로 빼야 함.
  3. 피아니시모로 작은 음을 내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힘없는 소리가 나서는 안됨.
  4. 셋째 마디부터 왼손은 오른손과 독립적으로 일관된 소리를 유지해야 함.

이외에도 여러가지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만 신경쓰기도 참 어려웠죠. 피아노를 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역시나 건반을 효과적으로 울림있게 누른 다음에 힘을 빼는 것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에만 힘이 들어가게 만드는 각 손가락 사이의 독립입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자세히 보면 편안하게 개개의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서도 명료한 소리 혹은 자신만의 음색을 드러내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올려드린 길렐스의 경우는 강철타건으로 유명했죠.

이 곡을 올해 겨울까지는 어느정도 윤곽을 만들어보고자하는 목표 속에서 자주 연습을 하고 있지만, 한숨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피아노 동영상을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Source: Youtube capture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라는 제목을 가진 바흐의 곡인데, 정말로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의 모습이 상상되죠? 레온 플라이셔(Leon Fleicher)의 연주인데, 건반을 누르는 그의 손가락을 보고자 10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다섯개의 손가락이 건반에 쫙- 달라붙은 채 손목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건반을 누른 손가락만 편하게 내려갔다 올라오는 그 모습에 감탄의 감정 1/3, 부러움이 1/3, 자괴감이 나머지를 차지했죠.


레온 플라이셔는 이름은 얼핏 들었던, 그러나 잘 알지는 못했던 피아니스트입니다. 이 기회에 그에 대해서 좀 찾아봤다가 좀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는 근육긴장이상증(Dystonia)로 오른쪽 손을 40년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근육긴장이상증은 쉽게 이야기해서 근육이 자기 멋대로 수축하는 질환입니다. 심장근육처럼 자동으로 수축하는, 우리 자신이 조절하지 못하는 근육과 달리 팔다리 근육은 우리의 의지로 힘을 주어 수축시킬 수 있죠. 하지만 근육긴장이상증에 있으면 이런 근육조차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제멋대로 수축하거나 긴장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세가 이상하다든지, 갑자기 몸을 튕기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의 나이 37세, 피아니스트로서 전성기에 해당하는 나이에 온 오른손의 근육긴장이상증은 아마도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연주 생활을 했죠. 왼손만을 사용해서요. 그리고 피아노 연주 뿐 아니라 지휘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가로서의 인생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에 대한 치료도 병행했죠. 1980년대에 잠시 오른손이 호전되어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 Source: shutterstock

2000년대 들어와 근육긴장이상증의 치료가 발전하면서 그는 오른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치료 중에 하나가 보톡스(Botox) 입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성형외과 시술의 주사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죠.
C.botulinum이라는 세균에 감염되면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 나타납니다. 거기에서 착안하여 C.botulinum 에서 일부 독소를 추출한 것이 Botolinum toxin, 즉 보톡스입니다. 보톡스는 근육 사이의 신경전도를 방해하는 과정을 통해 근육 수축을 억제하지요. 많은 양의 독소를 투여하면 근육이 마비되지만 적절한 양을 투여하면 비정상적인 근육 수축은 줄어들고, 정상활동에 필요한 근육 수축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독소의 영향이 떨어져 다시 근육 수축이 일어날테니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투여를 계속해야만 하지만요.

40여년의 세월이 지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의학은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의학의 발전만으로 그가 다시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가 40년 전에 포기했다면 지금 이순간 우리 앞에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정작 가장 중요한 치료의 요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연주 경력의 절정에 찾아온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셨는데,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삶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고통을 대면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사람들마다 겪고 있는 문제나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악조건에서도 가능성은 있어요. 이르테면 내가 가장 낮은 곳에 있구나,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가능성(보다 넓은 시야)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건이 연주자인 나의 오른손에 생겼어요. 왼손만으로 연주할 수도 없고, 왼손만을 위한 연주 음악은 충분하지도 않았지요. 음악에 있어서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한정이 되어 있으니까요. 2년 동안 나는 자포자기하고 절망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는데 불현듯 하나의 생각이 나를 깨웠지요. 음악과의 관계란 나와 음악과의 관계이지 피아노 연주자로서만의 관계가 아니다! 라는 새로운 인식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갑자기 나는 가르치는 활동을 확장할 수 있고, 왼손을 위한 곡을 연구할 수 있고, 지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휘가 나를 구원하는 은총이 되었어요. 나는 지휘자로서 정말 특별하고 황홀한 경험을 했지요.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80-90명의 단원이, 음악에 대한 지휘자 한 사람의 비전과 식견을 믿고, 그 음악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도록 한 마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거의 완성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생에서 그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없어요. 낙담하고 어둠에 싸이고 희망을 잃기는 아주 쉬워요. 그러나, 다음날 아침,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가지고 잠을 깰 수 있어요. 그 가능성을 결코 저버리지 마십시오. 그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 놓고 항상 찾으십시오.
출처: [IN-gaged] 20세기 음악의 거장, 피아니스트 Leon Fleisher와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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