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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양극성 장애의 진단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이 비교적 긴 호흡으로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간단히 말씀드렸는데요. 좀 더 자세히 정리해서 보면 이렇습니다.

양극성 장애 중 1형(type 1)은 ‘조증 삽화’이 있고 ‘우울 삽화’가 있거나, ‘조증 삽화’만 있을 때 진단할 수 있고요.
양극성 장애 중 2형은 ‘경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모두 있어야 진단이 가능합니다.

‘경조증 삽화’가 있지만 ‘우울 삽화’ 수준의 심각한 우울은 없는 분의 경우 기분순환장애라는 또 다른 진단이 붙게 됩니다.(아주 드뭅니다.) 진단기준을 모두 우겨넣으면 너무 양이 많아지니 가장 '중한'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의 기준만 알아보도록 할게요.

‘조증 삽화’의 진단기준은 이렇습니다


A. 비정상적으로 들뜨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 그리고 목표 지향적 활동과 에너지의 증가가 적어도 일주일간(만약 입원이 필요한 정도라면 기간과 상관없이)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분명한 기간이 있다.
B. 기분 장애 및 증가된 에너지와 활동을 보이는 기간 중 다음 증상 가운데 세 가지 (또는 그 이상)를 보이며 (기분이 단지 과민하기만 하다면 네 가지) 평소 모습에 비해 변화가 뚜렷하고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1. 자존감의 증가 또는 과대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Ex)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끈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 말을 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질주하듯 빠른 속도로 꼬리를 무는 듯한 주관적인 경험
  5.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주의산만(Ex)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분산됨)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활동 또는 성적 활동) 또는 정신운동 초조(Ex), 목적이나 목표 없이 부산하게 움직임)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에의 지나친 몰두(Ex) 과도한 쇼핑 등 과소비,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등)

C. 기분 장애가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현저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충분히 심각하거나 자해나 타해를 예방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 또는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다.
D. 삽화가 물질(Ex. 남용약물, 치료약물, 기타 치료)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안디ㅏ.
주의점: 진단기준 A부터 D까지는 조증 삽화를 구성한다. 일생 동안 적어도 1회는 조증 삽화가 있어야 제 I형 양극성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

‘우울 삽화’의 진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A.다음의 증상 가운데 5가지(또는 그 이상)이 2주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1) 우울 기분이거나 (2)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한다.

  1.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예, 슬픔, 공허함 또는 절망감)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됨(예, 눈물 흘림) (주의점: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함)
  2.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체중의 감소(예, 1개월 동안 5% 이상의 체중변화)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나 증가가 있음(주의점: 아동에서는 체중 증가가 기대치에 미달되는 경우)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함, 단지 주관적인 좌불안석 혹은 처지는 느낌뿐만이 아님)
  6. 거의 매일 나타나는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망상적일 수도 있는)을 느낌(단순히 병이 있다는데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주관적인 호소나 객관적인 관찰 가능함)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B.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C. 삽화가 물질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주의점: 진단기준 A부터 C까지는 주요우울 삽화를 구성하고 있다. 주요 우울 삽화는 제1형 양극성장애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제1형 양극성장애를 진단하는 필수 조건은 아니다.
주의점: 중요한 상실(예: 사별, 재정적 파탄, 자연재해로 인한 상실,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반응으로 진단기준 A에 기술된 극도의 슬픔, 상실에 대한 반추, 불면, 식욕 저하, 그리고 체중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우울 삽화와 유사하다. 비록 그러한 증상이 이해될 만하고 상실에 대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할지라도 정상적인 상실 반응 동안에 주요우울 삽화가 존재한다면 이는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력과 상실의 고통을 표현하는 각 문화적 특징을 근거로 한 임상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장황하게 글로만 나열이 되어 있죠? 여기까지 참고 보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양극성장애는 어떤 ‘검사’를 해서 진단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요. 양극성장애는 면담을 통해 증상과 병력을 종합해서 진단하게 돼요. 때에 따라 좀 더 진단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임상심리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양극성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라도 혈액검사, 영상검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양극성 장애처럼 보이는 다른 질환을 구별해내기 위해서예요. 간질이나 뇌종양, 다발성 골수종(multiple sclerosis), 윌슨병,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에이즈 등 희귀병을 앓을 경우 양극성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처럼 정신과에서는 대부분의 진단을 면담과 병력을 통해 임상적으로 내리게 됩니다. 다른 과와 다르게 특별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로 진단내리는 질환이 잘 없어요. 그래서 의사가 객관적인 기준과 여러 가지 단서를 가지고 진료하는 것이 오진을 막기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앞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양극성장애는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과 매우 비슷한 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아 경과를 보기 전에는 오진되기도 십상입니다. 처음 증상 발현부터 제대로 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5~10년이 걸린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긴 기간 동안 환자 개인과 가족 및 사회가 져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정신과 질환이 생물학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요즘은 정신과 영역에서도 객관적인 진단을 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에 등장해서 현재까지 정신과 질환 진단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DSM-5를 봐도 그런 노력이 묻어나는데요. 아직은 대부분의 질환이 검사 결과보다는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으로 진단내리게 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DSM-5 부터 치매와 기면증같은 질환은 특정 검사 결과가 진단 기준에 들어갔습니다.

기면증 진단이 궁금하시면 여기로!

물론! 양극성 장애 분야에서도 진단을 위한 노력은 진행 중입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나는 이상 소견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양극성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표지자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었고, 진행 중에 있습니다. 가장 활발히 연구된 것은 양극성 장애 환자분들의 혈액에서 염증과 관련된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인데요. 대표적인 염증 표지자인 CRP(C-reactive protein)같은 경우 혈액검사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지표면서, 간단한 검사이고 비용도 높지 않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의 진단에 이 검사가 포함된다면 참 간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정하지 않은 편이라 아직까지 진단기준에 도입하기는 시기상조인 듯 싶네요.


영상검사에서 나타나는 이상 소견

영상 검사는 찾아보는데 와 진짜 많네요.. 여러분들께서 흔히 알고 계시는 CT, MRI 연구부터 해서 뇌의 기능을 같이 알아볼 수 있는 f-MRI,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자 방사 단층촬영),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단일광자 단층촬영) 등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가장 이상이 많이 나타나는 부위가 전두엽(Frontal lobe) 부분과 변연계(Limbic system) 쪽이었는데요. 이쪽 부위들이 주로 사람의 감정, 기분, 인지능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디에 이상이 나타나는 지는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만 이런 소견들이 꼭 양극성장애에서만 나타나는 소견은 아닐 뿐더러 검사 자체도 비용 및 시행이 만만치 않아 현재까지는 임상적 면담보다 진단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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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양극성 장애에서 주로 문제가 됩니다.>


SNS 이용 패턴을 통해 양극성장애를 찾아낼 수 있다?

위의 연구들 외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양극성 장애를 '조기에' 진단해내는 연구인데요.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Detection of the Prodromal Phase of Bipolar Disorder from Psychological and Phonological Aspects in Social Media

연구진들은 양극성장애 환자들의 증상을 트위터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트윗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트윗을 빈번하게 하는지, 글의 내용은 어떻고 어휘 선택은 어떤지, 실제 발음 시에 음운은 어떠한지 등을 확인해서 점수화 하였습니다.

저는 이 논문을 보고 굉장히 여러 항목을 고려하고 점수화한 것을 보고 좀 많이 놀랐는데요.. 이렇게 정교하게 다듬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 90% 이상의 정확도로 아직 양극성장애 진단은 받지 않은 위험군을 구분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보니 SNS를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너무 개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자, 양극성 장애의 진단에 관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보통은 연구에서 성공적인 뭔가를 찾아내도, 실제 진단기준에 반영되고 실제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말 많은 인력과 연구비, 그리고 시간이 소비되죠. 하지만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면 오진도 줄일 뿐더러,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많은 환자분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로서는 면담과 병력을 통한 진단만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선생님들이 더욱 오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알아주시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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