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Surgery verygoodsurg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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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이 10여년만에 부활했다.
일종의 직업병으로, 의학드라마를 볼 때면 한장면 한장면에 댓글을 달 듯 "오~ 정말 사실적이야!!" 혹은 "에이, 너무 하네…ㅡㅡ;;" 를 남발하면서 시청하는 편인데, 주변 지인들이나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의학드라마 관련 질문들을 보면서 아~ 이런 걸로 연재를 해봐도 재미있겠다 하던 찰나, 전설의 의드! 한국드라마의 새역사! 하얀거탑이 깨끗해진 화질과 풍부한 음향으로 리마스터드 되어 다시 돌아왔다.
이에, 다시 만나는 하얀 거탑을 외과의사의 시각으로 썰을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웃자고 보는 드라마에 죽자고 달려드는 선비라고 놀리지는 마시길!





Q. 실제로 저런 2층 참관실이 있는 수술실이 있나요?


첫화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수술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엔 어느 병원이지 궁금해하다가, 세트장인 것을 알게 되었는데, MBC는 이 세트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전해집니다.
'하얀거탑', 1200평 규모 병원 세트에 15억 투자
뉴스 출처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


마치 스포츠센터 관중석 같기도 하고, 국회 참관석 같기도 한데, 10년전에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나네요.
저 세트장을 짓고나서 방치하기 아까웠는지 그 다음 의학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런 수술방은 제가 경험해보고 들어본 대학병원 수술방 중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층에 참관실이 있으면 의과대학 학생들이나 다른 의사들이 수술 집도 하는 장면을 잘 볼 수 있어서 참 좋을 것 같네요.
일반적인 대학병원의 수술방에는 의대생들이 수술을 배울 때는 집도의 뒤에서 높은 발판을 딛고 올라가서 스승님 어깨넘어로 빼꼼히 수술을 관찰하던가, 아님 좋은 병원에서는 무영등이나 고각의 스텐드 카메라가 설치되어있어 티비화면으로도 수술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수술 참관 하니깐 생각난건데, 얼마전 산부인과 분만실에 남학생이 참관한다고 해서 찬반이 분분한 논란이 있었지요?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니
사전 동의가 없이는 참관해선 안된다
vs.
대학병원은 교육기관으로서 기능도 수행하는데,
남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축소된다.


저는 환자의 입장과 의사의 입장 둘다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씀드리면서 ~~비겁하게~~ 이 논란을 피해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다음의 이야기를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인간 스스로는 조물주의 인간 설계도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아 사람의 몸은 이렇고 병은 이렇게 진행되는구나'를 하나하나 경험으로 배우며 축적해왔습니다. 즉, 의학은 연역적 혹은 논리적 추론이 아닌 경험적/귀납적인 학문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의학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러한 의학의 태생적 한계때문에, 의학의 발전은 줄곧 도제식 교육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수술이나 술기 분야는 스승이 하는 것을 보지 않고는 습득하기도 힘들 뿐더러,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도전하는 꼴이 되고 말죠.



이 사진은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인 Boston의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역사관에 걸려있는 그림으로, 1846년 에테르Ether라는 물질을 마취제로 사용한 첫 수술을 기념한 장면입니다(갑상선제거술인데 현대 수술에 비하면 마구 후벼파기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집도의가 수술을 하는 장면을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과 교수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배우는 중입니다.


이 사진은 어떤가요.

저 모습이 마치 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수술실을 Operating theater(혹은 theatre)라고 하는 어원이 바로 저기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참관을 통한 습득은 의학교육의 아주 커다란 부분을 차지해 왔고, 이런 수술참관과정observation이 없이는 절대 훌륭한 외과의사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MGH를 방문했을 때 레지던트나 젊은 의사에게 최대한 많은 수술 경험과 기회를 주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환자입장에서는 대학병원이라는 최고의 의료시설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병원입장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으로는 훌륭한 의사들이 점점 더많이 양성되어 한국 의료의 질이 올라가는 행복한 회로를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





Q. 1화에서 수술중 환자의 심장이 멈추자 장준혁교수는 환자의 가슴을 열어 직접 심장마시지를 합니다. 말이 됩니까?


1 수술중 심정지


우앗 제 심장마저 쫄깃해지는 장면이군요.


극중에서 장준혁 교수는 수술방으로 들어오면서 의과대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오늘은 간이식 수술을 응용한 복잡한 수술이다. 잘 보고 배우도록!"


이것만으로 무슨 수술을 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아마도 종양이 간문맥portal vein이나 하대정맥IVC을 침범한 상태라서 간을 떼어낸 후 종양이 침범한 장기나 혈관을 제거하고 다시 간을 붙여 넣는(auto-transplantation) 어어어어어엄엄엄청난 수술을 할 모양입니다(그러기엔 수술방이 너무 평온한…ㄷㄷㄷ). 이런 큰 수술때는 대량의 혈액 손실이 예상되니 마취과에서는 미리 대량 수혈할 충분한 혈액을 준비하고 바짝 긴장하고 하고 있는데요, (잠깐 수술전 시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수술 시작전 마취시간만 1시간이 넘습니다. 얼마나 준비했는지;;)
하지만 수술이 잘 마무리 될 무렵 대량 출혈에 의한 저혈량쇼크로 인한 심정지hypovolemic arrest가 나고 말았네요. 이때는 빨리 혈액/수액을 투여하고 수술중 심폐소생술 intra-op CPR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럴때마다 드라마에서 언제나 등장하시는 쌍다리미 같이 생긴 제세동기는 심장세동(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지 않고 부르르 떨리기만 하는)이 있을때만 시행하는 것이지, 삐이이이이이 하면서 심장이 아예 정지하였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늘 쌍다리미를 출연시키더라구요 ^^;;
그리고 쌍다리미에 무슨 접착제를 발랐는지 환자들이 물고기처럼 벌떡벌떡 뛰는데, 실제로는 전기가 흐를 뿐 겉으로는 변화가 없어요 ㅋㅋ


2 흉곽을 열어 심장을 직접 마사지하다
아 이거 좀 무리수입니다. 흉곽이 이미 열려있는 흉부외과 수술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심폐소생술을 해야하는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가슴을 가르고 갈비뼈를 전기톱으로 자른 후 심낭을 열어 심장을 손으로 쥐어짠다니요 ㅠ
실제로 간부전이 심해서 아주 안좋은 상태에서 간이식을 받는 환자들의 경우 수술 도중 심정지가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때도 가슴을 개흉하지는 않고 빨리 혈액과 수액을 주면서 흉부압박을 실시하고, 수술을 멈춘채로 중환자실로 가야합니다.


드라마 허준에서 보았음직한 장침의 주사기로 에피네프린을 심장에 꽂아넣는 장면도 있는데요;;


이것 역시 실제로는 이렇게 하지 않지만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함으로 보이네요



Q. 멋진 회진장면 뒤에 이주완 과장과 장준혁 교수 간에 언쟁이 붙었는데, 당췌 뭐라는 거에요?


거참 깊은 내용을 다뤄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아니깐 더 무섭네요. 10년전에 모르고 볼때는 뭔말인지 모르니 장준혁의 건방진 눈빛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지만요.


드라마에서 회진 중 과장님과 장준혁이 논쟁하는 것을 들어보면


" 담낭암 진단을 받아 1차적으로 간문맥색전술Portal vein embolization을 시행한 후 2차로 확대우간절제술Extended Right hemihepatectomy을 시행했습니다."


"확대담낭절제술Extended cholecystectomy만 해도 될 텐데 왜 그렇게 크게 수술했느냐" 라고 과장님이 묻자


"좀더 공격적인 수술이 암세포의 근치적인 제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수술로 간부전이 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


현실에서도 담낭암의 치료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수술방법에 대해 외과의 사이에 이견이 많습니다.
더불어서, 그렇기 때문에 저런 논쟁과 갈등이 현실 속 교수님들 간에도 일어나곤 합니다(뭐 사실, 저렇게 대놓고 눈 부릅뜨면서 싸우진 않겠지만요;;).
작가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한 것 같아요 ㄷㄷㄷ


그럼 먼저 저 환자분이 수술 받았던 담낭암Gallbladder cancer에 대해 알아볼까요?
담낭암은 간 아래 담낭(쓸개)에서 발생하는 암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정도로 흔한 암은 아니지만, 아주 고약한 암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균생존기간이 2.5~6.6개월이라는 예후가 지극히 불량한 암입니다. 더욱이 증상이 별로 없다보니 조기에 발견하기가 힘들어서, 발견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담낭암은 20-30%에 불가합니다(나머지는 축소수술palliative surgery 혹은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시행).


담낭암은 종양의 침범정도와 전이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AJCC에 따른 TNM Staging) 최종 치료방침은 이 병기 구분법 뿐 아니라 종양의 발생 위치나 육안소견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고, 아직 현대의학에서 연구결과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의사들간에도 어느정도까지 수술범위를 정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장준혁 교수의 말로 미루어 볼때 저 분은 아마도 3기정도의 담낭암 환자로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장준혁과 과장님 중 누구의 말이 맞느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장준혁이 너무 건방집니다~~(나 꼰대?ㅠ)~~
본인의 50회에 걸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보다 공격적으로 수술했던 것이 생존률이 더 높았고, 이를 세계간담췌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흐음…..


고작 50례의 후향적 연구로 세계적인 수준의 논문에 등재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아직 검증받지 않은 본인의 결과를 가지고 세계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건 엄청난 오만으로 보입니다.



담낭암 환자의 경우에 상당수가 60세 이상의 고령임을 감안하면, 간기능 부전을 포함한 간절제 자체에 따른 위험도와 장시간 마취 등에 따른 수술 자체의 위험도 모두가 실제적인 문제가 된다.
-간담췌외과학 제3판 인용



이런 측면에서, 많은 임상경험이 있는 외과과장님은 좀더 신중한 결정을 하도록 충고한 것입니다. 암은 잘 떼어내었는데 환자가 간부전으로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ㅠ


과장님이 말씀하신
"외과의들이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것은 실패를 해도되는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 환자에 대한 배려 없이 병만 치료하는 기술자적인 마인드를 버려라"
라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는 충고를 젊은 장준혁교수는 새겨 들어야 합니다 흑흑 ㅠ


여기서 잠깐!


간문맥색전술Portal vein embolization확대우간절제술Extended Right hemihepatectomy을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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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크게 우엽과 좌엽으로 나눌수 있고, 각 엽으로 굵은 간문맥이리는 혈관이 간을 먹여살립니다.
이때 우엽을 갑자기 절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작은 좌엽이 모든 기능을 담당하게 되어 간부전에 빠질 수 있습니다(100대의 기계를 돌리던 공장이 20-30대의 기계로 납품기한을 맞추려다보면 셧다운 되버리겠죠)


그래서 우측 간을 댕강 자르기 전에 미리 우측으로가는 혈류를 막아서, 좌측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서 좌엽을 키워줍니다(fundemental을 키워준다고나 할까요). 몇주 후 어느정도 좌측엽이 커졌다고 판단되면 그때 우측엽을 잘라주는 수술방법이 되겠습니다)


[1화]에서는 장준혁이 얼마나 뛰어난 외과의사인지, 그리고 권력의 뒤안길에 선 외과과장과 떠오르는 샛별간의 권력암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드라마가 처음 방영되었던 2007년에는 의대생 신분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에이 저건 너무 극적이잖아. 실제로 저렇진 않겠지' 하고 넘겼는데, 외과 수련을 다 마친 후 드라마를 다시 보니, 정도의 차이일 뿐 현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와 유사한 점이 많아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으로 뵐께요 :)



저도 끊임없이 배워가는 입장에서 부족한 의학지식으로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점 양해 부탁드리며 바로잡는 코멘트나 궁금한 점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Reference :
    간담췌외과학 제3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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